아트스펙트럼은 삼성미술관(Leeum)이 선정한 주목할만한 한국작가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올해가 네 번째 행사인데요.
그동안 2001년 호암갤러리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2003년, 2006년에도 작품 선정과 전시가 이어졌어요.
그러다 2008년에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그 여파로 전시가 취소되었죠. 이번 전시는 6년 만에 재개된거에요.
올해 아트스펙트럼에서 선정한 작가는 총 8명입니다.
김아영(33) 김지은(35) 배찬효(37) 옥정호(38) 장보윤(31) 전소정(30) 최기창(39) 한경우 씨(33)로 젊은 작가들입니다.
전시장을 찾아보니 주로 미디어 작품과 설치 작품이 많더라고요. 경기가 안 좋을 때는 판매를 위한 작품(그림)보다
자신의 생각과 작품세계를 나타낼만한 작품들이 많아진다더니 그런 영향인 것 같았어요.
그중에 인상 깊었던 몇 작가의 작품을 소개해 볼게요.
김지은
ⓒ 리움
전시장에 내려가 가장 먼저 만난 작품은 김지은 작가의 '어떤 망루 (Some Watchtower)'였어요.
무늬목 시트지를 붙여 바닥에서 천장까지 망루모양으로 구성한 작품으로 크기가 무척 커요.
그래서 그 앞에서 가서 서니까 제가 마치 걸리버 여행기 안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처음에 그림인 줄 알고 다가갔거든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실생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무늬의 시트지라서 친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재미있기도 했고요.
ⓒ 리움
'어떤 망루'를 지나 다른 작품으로 옮겨 가면서 '비계 덩어리'라는 작품을 만나게 되었어요.
흔히 볼 수 있는 대나무 꼬치랑 빵끈으로 엮어 만든 구조물이라서 '이것도 작품인지? 아니면 그냥 벽면인지?'
알쏭달쏭 했는데 집에와서 찾아보니 작품이더라고요.
건축현장을 지나가다 보면 철골로 임시 구조물을 만들어 둔 것을 볼 수 있잖아요.
그 구조물의 이름이 '비계'라고 해요. 그래서 작품명이 '비계 덩어리'가 된 거고요.
사실 우리는 비계라고 하면 흔히 돼지고기에 붙어있는 기름, 비계 덩어리를 먼저 생각하게잖아요.
작품명의 언어 유희 그리고 작품의 재료 때문에 한번 더 웃게 되더라고요.
배찬효
이번 아트스펙트럼에 선정된 작품들은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았어요. 배찬효 작가의 작품도 그중 하나였는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나 미술 작품 속 인물을 작가 본인이 재현했어요.
작가는 동양인 남자인데 재현한 인물들은 서양인 여자라 부조화가 느껴지지만 이것또한 작가의 의도라고해요.
일종의 반전이죠.
ⓒ 리움
이 작품은 '신데렐라'이고요.
ⓒ 리움
이 작품의 작품명은 '의상 속 존재 - 앤 불린'이에요.
앤 불린은 헨리 8세의 두번째 왕비로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죠.
처형되어 생을 마감해서 목에 피가 흐르고 있나봐요. 옆에 비슷한 작품도 하나 더 있었는데 밤에 보면 좀 섬뜩할 것 같죠?
옥정호
옥정호 작가의 작품소재는 요가였어요. 이분도 배찬효 작가처럼 본인이 스스로 모델로 섰더라고요.
ⓒ 리움
이 작품의 제목은 '서서 활 자세-단다야마나 다누라사나’에요.
시리즈로 갯벌에서 각기 다른 요가자세를 하는 장면들을 사진으로 찍었는데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서 봤던 유지태씨의 요가를 떠올릴 만큼 고난도 동작도 있었어요.
그리고 사진 외에 동영상 작품도 나란히 4개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낚시터나 홍대 앞 같은 곳에서
요가동작을 하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있어요. 우습기도 하고 촬영할 때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 앞에 서서 작품을 보다보니 왠지 따라서 요가를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장보윤
ⓒ 리움
장보윤 작가는 경주를 주제로 삼아 다른 사람들이 버린 사진 그리고 일기를 모아서 재구성해 두었어요.
그 외에 다른 동영상 작품도 있었는데 동영상 작품은 자세히 보지 못했네요.
저는 이 작가의 작품 중에는 일기가 가장 흥미로웠는데요. 왜 남의 일기장 훔쳐보면 재미있잖아요.
그런 기분이 들기도 했고 전시된 일기를 하나하나 읽다보니 사춘기 소녀의 풋풋함과
신혼여행을 가서 앞으로 살아갈 일을 걱정하는 한 여자의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느껴져서 자꾸 웃음이 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전시에서 두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에요.
. 전소정
저는 이번 전시 중에 전소정 작가가 명인을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마지막 기쁨(Last Pleasure)'이 가장 좋았어요.
줄타기 명인이 줄을 타는 장면과 담담한 나레이션으로 이뤄진 동영상 작품이었는데
줄을 가로로 여러개 이어 교차시킨 화면 구성도 특색이 있었고, 나레이션도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와닿더라고요.
이 작품 말고도 '어느 미싱사의 일일'과 '되찾은 시간'도 다 봤으면 좋을텐데 시간이 부족해서 일부만 보고 나왔네요.
이 외에 김아영, 최기창, 한경우 작가의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도슨트의 작품 설명이 없는 대신 리움 기획전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작가 인터뷰와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리움 내에서는 wifi가 무료로 제공되니 활용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직접 보고 생각해보고 싶어서 + 귀차니즘;;;에 어플의 도움을 받지 않았습니다만... ^^)
추천 : 현대한국미술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하신 분들. 미디어 아트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비추천 : 그림이 보고 싶어 미술관을 찾는 분들.
관람가능일시
• 2012년 7월 19일 - 2012년 9월 16일
• 오전 10:30 – 오후 6:00 (매표마감 오후 5:0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연휴, 추석 연휴 휴관
관람요금
• 기획전: 일반 6,000원, 청소년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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