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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Journalist

소유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사용하는 방법

[현장] ‘서울공유경제를 만나다’ 한마당

 

신은정 기자

 

 

공유경제는 새롭지 않습니다예전의 아나바다운동에 기술을 더했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물건 공유 기업 빌리지 권혜진 대표)

 

“10여 년 전 제레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을 썼을 때 믿거나 신경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하지만 공유경제는 이제 경제활동의 새 트렌드입니다” (공간공유 기업 CO-UP 양석원 대표) 


▲ 공유도시 서울의 밤 행사 참여자들이 서울시 신청사 다목적홀 좌석을 가득 채웠다. ⓒ 신은정

  

지난 달 18일 저녁 7시 반, 서울시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공유도시 서울의 밤’행사가 열렸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공유기업 위즈돔이 주관한 이 행사는 공유경제 기업의 아이디어와 창업 이야기를 되짚어보고 공유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인맥도 형성할 수 있는 자리였다. 행사는 서울시가 300여 명의 참가자에게 ‘공유경제’를 소개하고 시의 지원계획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학생, 직장인, 창업희망자, 공유경제 기업, 행사를 주최한 서울시 관계자 등 각계각층의 참가자들은 참여한 12개 공유기업‧단체의 부스를 방문하고 늦은 시간까지 명함을 주고받는 등 네트워크를 형성하기에 바빴다. 


수준은 동일하게 가격은 저렴하게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단어는 지난 2008년, 전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저성장, 높은 실업률, 고 위험 등에 직면했던 시기에 미 하버드 법대 교수이자 사회운동가인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처음 사용하며 등장했다. 공유경제란 ‘물품은 소유해야 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서로 빌리고 빌려주며 사용하는 경제활동방식이다. 그 동안 대량생산과 과잉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소유의 시대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이 지금까지의 소비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서 공유경제의 확산은 더 활발해졌다. 자본주의가 사회의 동반 성장을 더 중요시하는 쪽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움직임의 영향도 받았다. 

  

▲ 지역사회 공유공동체 은평e 품앗이의 물품공유소. 저비용으로 필요한 물건을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다. ⓒ 신은정

  

공유경제에 동참한 소비자들은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무작정 구입하기에 앞서 능동적으로 생각한다. ‘꼭 새 것을 구입해야만 하는지내게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소비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일 방안은 없는지?’ 등을 따지며 내가 가치로운 소비를 하고 있는지 고심하고 소비를 결정하기 때문에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공유경제를 도입하면서 소비수준은 동일게 유지됐지만 비용은 줄어들었다공유경제에 동참한 소비자들은 SNS나 커뮤니티로 평판을 공유하며 새로운 인맥까지 얻었다공유경제의 또 다른 재미이자 매력인 셈이다.

  

숙소에서 지혜까지공유거리는 무궁무진

  

대표적 공유경제 기업으로 꼽히는 에어비앤비(AirBnBAir Bed and Breakfast)는 여행자에게 아파트트리하우스동굴 등 다양한 빈 방을 대여하는 세계 최대 숙박공유 플랫폼이다이 업체는 2008년 창업이후 192개국 약 35,000개 도시에 30만개가 넘는 리스팅을 제공하는 규모로 급성장했다에어비앤비의 이용자는 지금까지 약 400만 명 이상으로 실리콘밸리 유명투자자 피터티엘에게 25억 달러의 기업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참가자가 여행경험공유기업 플레이플레닛 부스에서 궁금한 점을 묻고 있다. ⓒ 신은정


 국내에서는 에어비앤비의 성공을 모델로 삼아 2012년 초부터 다양한 서비스가 확산됐다. 여행경험공유 기업으로는 현지인 여행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리얼트립과 플레이플레닛이 있고, 의류공유 기업으로는 면접용 정장대여 서비스를 하는 열린옷장, 유아 및 어린이 의류 교환 서비스를 하는 키플이 운영 중이다. 공간을 공유하는 기업도 있다. 민박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BnBHero, 사무공간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업이 그 예다. 공유경제에 대한 다양한 시도는 공유대상에 무형자원까지 포함시켰다.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는 기업으로 이야기를 공유하는 위즈돔, 여행경험 콘테스트 서비스를 하는 트립플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서울시는 공유경제 인큐베이터


서울시는 작년 9월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한 이래 공청회를 개최하고 공유 촉진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공유경제 확산에 줄곧 힘써왔다. 자치단체로는 세계최초이자 유일하게 공유촉진 조례를 통과시키고 공유단체와 기업 지원에 나섰다. 사회혁신담당관 김태균 과장은 “서울시는 올해 총 4억의 예산으로 지원할 27개의 단체와 기업 선정을 끝냈고, 추가로 서울시 행정과에서 열린옷장, 문화로놀이짱 등 3개 비영리 민간단체에 예산을 지원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유경제 분야 창업지원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다음달 15일까지 서울시 거주 20~39세의 창업자를 대상으로 접수를 받는데 20개 내외의 창업 아이템을 선정해 창업 공간, 활동비, 법무‧세무‧특허 컨설팅 무료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오는 6월에는 서울공유허브도 출범한다. 서울공유허브는 흩어져있는 공유경제기업에 대한 정보를 모아 홍보하고 이용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공유허브 운영을 맡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의 강현숙 실장은 “공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활동가”라며 “그동안 지식컨텐츠 공유에만 집중해왔지만 앞으로 국내외 미디어를 연결하는 소문꾼, 세미나와 워크숍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거간꾼, 캠페인을 전개하고 국내외 공유소식을 전하는 가이드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 공유경제 체험
 

▲ 공유받고 싶은 것, 공유해 주고 싶은 것에 스티커를 붙이는 참가자.  ⓒ 신은정


총 3부로 진행된 이 날의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공유경제를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었다. ‘함께 공유세상을 만들어 보아요’ 게시판에 스티커로 내가 공유하고 싶은 아이템, 공유해 주고 싶은 아이템에 투표하기도 했고 새로운 공유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도 있었다. 같은 아이디어를 가진 참가자들은 명함이나 메일주소를 붙여 즉석에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필기구, 신발, 악기, 캠핑용품 등을 같이 쓰자는 참여자부터 아는 남자(인맥)나 아들‧딸을 바꾸어 키워보자는 사람까지 희망하는 공유의 범위는 다양했다. 

▲ 국민도서관 책꽃이 도서관장 장웅 씨가 '2시간 만에 만드는 공유서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신은정


행사장 한편에서는 도서공유기업 국민도서관 국민책꽃이의 도움으로 참여자들이 가져온 책을 모아 공유서가를 만들었다. 차량공유기업 쏘카는 참가자에게 쏘카 2시간 무료이용권을 배부했고, 식사공유기업 집밥은 다른 사람이 만든 간식 꾸러미를 내가 갖고 뒷사람을 위해 새 간식 꾸러미를 만드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벤트에 참여한 송기현(은평e품앗이 사진촬영 도우미) 씨는 “호스트로 가입만 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밥 모임 ‘소셜 다이닝 집밥’에 꼭 참여해 볼 예정이다”며 “공유경제가 확대되어 사회전반에 공동체 의식이 퍼지기 바란다. 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식사공유기업 집밥은 간식 꾸러미를 만들어 나눠 갖는 이벤트로 참가자의 공유경제 체험을 도왔다. ⓒ 신은정

 

이날 참가자들에게는 100% 재능기부로 완성된 국내최초의 공유경제 보고서가 무료 배포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 보고서는 크라우드산업연구소와 위즈돔 소속연구원 외에 31명이 댓글참여로 공동 저작해 의미를 더했다.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